2009년 10월 05일
우도에 가기 위해 배를 기다립니다.
제주도에서 배로 약 15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섬입니다.
육지에 사는 사람은 낭만적인 관점에서 섬을 바라보지만
섬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때로는 불편하고
벗어나고 싶은 환경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건 외국이건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섬에 사는 사람이,
특히 그 또는 그녀가 젊은 사람이면 갇혀 지내는 일상의 단조로움으로
답답해 하는 모습이 많이 그려졌으니까요.
이번이 첫번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왔기에 저는 그렇게 기대감을 가지고 우도로 들어갑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광고인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여행가서는 일상처럼 행동하고, 일상은 여행처럼 하라' 라구요.
낯선 곳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사물에도 감정이 이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행지가 아니라면 지나칠 사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청명한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서울 어느 거리의 벤치는 무심하게 지나면서
파리에서는 커피라도 한 잔 들고, 벤치에 앉아 지나는 사람을 바라보고 싶은 욕구가 듭니다.
서울은 익숙하고 파리는 낯설기에 대수롭지 않은 경험도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만약 익숙하다고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면 매일매일의 삶은 온갖 느낌으로 더 풍성해질겁니다. 절벽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을 보면 언제나 영화 <빠삐용>이 생각납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함께 탈출하자는 스티브맥퀸의 제의를
더스틴호프만이 거절하면서 두 남자가 이별하는 모습은
여느 영화 속 어떤 연인들의 이별 장면보다 훨씬 짜릿합니다.
스티브맥퀸은 절벽을 때리는 파도의 갯수를 세고
주기적으로 가장 약하게 파도가 치는 순간 바다를 향해 몸을 던집니다.
그리고 코코넛인가...를 넣은 자루에 자신의 몸을 묶습니다.
스티브맥퀸을 실은 자루는 점점 바다 한가운데로 떠내려갑니다.
그는 이제 자유입니다.
바다를 보면서 좀 더 자유롭게 사는 삶을 생각해 봅니다.
항상 그렇듯이 대답은 무엇인가에 연연해 하지 않는 마음으로 귀결됩니다. 우도에는 등대를 테마로 한 공원이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유명 등대 모형이 전시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의 등대에 비하면 규모가 크고 모양도 다양합니다.
모형 중에는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파로스 등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원전 3세기에 세워진 세계 최초의 등대이면서
130m가 넘는 높이에 4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불빛이 보였다는 파로스 등대는
어릴적 책에서 본 이후로 여전히 가슴 설레고 재미있는 이야기거리입니다. 이 곳에 사는 아주머니 한 분이 무언가를 캐기 위해 걸음을 옮깁니다.
주위를 보니 돌 틈 사이에 쪼그려 앉아 손을 놀리는 아주머니들이 몇 분 더 보입니다.
저의 여행과 누군가의 일상이 하나의 공간에 있고.
경치로서의 바다와 삶의 터전으로서의 바다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사람들은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때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욕구를 가집니다.
그리고 탈출 속에서 다른 사람의 일상을 보게 되고
다시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게 됩니다.
앞서 얘기한 광고인이 하고 싶었던 말은
보는 것과 느끼는 것의 차이와 관련된 문제일겁니다.
눈으로 보는 것과 마음으로 보는 것의 차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결국 빠삐용도 파로스의 등대도,
아주머니의 등에 걸린 바구니와 손에 든 갈고리도
매일매일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인지도 모릅니다.
# by 오늘하루 | 2009/10/05 07:16 | 짧은 얘기 | 트랙백 | 덧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