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덕분에 하루 쉰다면...


   굶는 어린이가 없는 세상.
   가정에서 학대받는 어린이가 없는 세상.
   성적이 나쁜 어린이도 등교가 싫지 않은 세상.
   어른들이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야 할 '기본적이고 당연한' 세상이지만,
   그 기본과 당연에 얼마나 충실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어른들은 어린이들 덕분에 계절의 여왕 5월에 하루 쉬는 혜택까지 얻고 있지 않은가?

   교육 현장에 있거나 교육 관계 일을 하는 어른이라면 
   자신의 결정으로 상처받거나 소외되는 어린이가 없는지
   더 신중하고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글로벌 경험이라는 명분으로
   4박6일에 240만원이 드는 수학여행을 계획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신중함의 결여도 부족했던지
   지난 해에 학교발전기금과 다른 학부모의 도움으로
   한 명도 빠짐없이 다녀왔다고 설명하는 뻔뻔함을 가진 사람의 머리 속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by 오늘하루 | 2011/06/06 12:02 | 짧은 얘기 | 트랙백 | 덧글(0)

임진강의 얼음


    파일 전송할 때 전송량과 잔여량을 보여주는 PC화면처럼
    삶의 잔여량 표시를 보여주는 장치가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잊고 지내거나, 재미없게 사는 일이
    얼마나 억울한 상황인지 실감할 수 있을텐데.
    
    임진강도 얼게 했던 겨울은 이미 지난 계절이 되었다.
    그렇게 지나간 계절이 많아지면
    남은 계절은 얼마나 될까?

    임진강은 얼고 녹기를 수만번 반복해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내가 볼 수 있는 임진강의 겨울은 
    아주 넉넉히 쳐줘도  마흔번을 넘을 것 같지는 않다.
    대한민국 평균을 적용하면 서른번쯤 될까...
    그래서 지금까지 삶이 그런대로 재미없지는 않았다는 사실이
    다행이고, 고맙다.

by 오늘하루 | 2011/04/15 08:25 | 짧은 얘기 | 트랙백 | 덧글(0)

월미도는 디스코팡팡이 가장 유명하지만...


                              초등학생 정도만 되어도 심드렁해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요즘 굳이 이것을 타야할 정도로 융통성 없는 연인들도 드물테고...
                              실제 타는 재미보다는 눈으로 볼 때 더 즐겁지만
                              놀이공원에는 꼭 있어야 할 것 같은 놀이기구,
                              롯데월드에도, 에버랜드에도 없는데
                              월미도에는 있다.

by 오늘하루 | 2010/12/05 22:19 | 트랙백 | 덧글(4)

청도 와인터널과 <주말의명화>

  고등학교 3학년 때 지리선생님은 영화광이셨다.
  수업 내용 중에 어떤 기후나 지형이 나오면 
  우리들이 보았을만한 영화의 장면을 예로 들면서
  영화 중에 이러이러한 장면이 있는데,
  비로 그 곳의 모습이 지금 설명하는 기후이고 지형이며,
  그래서 사람들의 주거환경이나 생활 방식이 영화에 나오는 그런 모습이다...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하셨다.
  원래 좋아하는 과목이기도 했지만 
  그 선생님 덕분에 수업은 항상 재미있었다. 

  어느 토요일 수업이었다.
  선생님께서는 토요일이니 집에 가서 낮에 공부 좀 하고 
  밤에 TV <주말의 명화>를 꼭 보라고 하셨다.
  낮에 공부하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고3 학생들에게 TV를 보라는 선생님의 말은 꽤 신선했다.
  선생님이 추천한 영화는 <산타비토리아의 비밀>이었다.
  산타빅토리아가 아니라 산타비토리아다.
  이탈리아 북부 작은 마을 사람들이
  독일군으로부터 지역 특산물인 와인을 지키는 내용인데,
  아마도 선생님께서는 그 날 수업시간에 설명했던 기후, 생활 등을  
  영화 속 배경을 통해 더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나보다.
  그 날 밤, 일부러 시간 맞춰 TV 앞에 앉았다.

  산타비토리아의 순박한 주민들을 이끌고 독일군에 맞서려면 
  지혜롭고 용감한 사람이 등장해야 하는데,
  시장이라는 사람은 자기 앞가림도 잘 하지 못한다.
  안소니퀸.
  어리버리하고 어눌한 시장이 바로 안소니퀸이다.
  어차피 얼굴로 승부하는 배우가 아닌 만큼
  이 영화에서도 그는 모자란듯한 역할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안소니퀸과 마을 사람들은 수많은 와인을 독일군으로부터 어떻게 지켜냈을까?
  재미있고,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다.
  경북 청도에는 와인터널이 있다.
  원래 철도가 지나는 터널이었는데
  지금은 꽤 긴 터널 속에 와인을 저장하고, 
  테이블도 마련해 사람들이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사람들이 꽤 많다.
  주변이 감 산지인가?
  감을 원료로 만든 와인이 많다.
  밖은 찌는듯 더운데 내부는 아주 시원하다.
  어차피 쓸모 없어진 기차 터널,
  누군가의 아이디어 덕분에 괜찮은 모습으로 살아났다.  
        
  TV를 통해 영화를 보는 일은 점점 줄어들었다.
  케이블방송이 아닌 지상파방송만 따지면 더욱 그렇다.
  DVD도 있고 파일도 널려있으니 TV로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 
  게다가 방송에 맞게 일부 장면이 삭제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아직 나에게 주말 밤 TV영화는 기분 좋은 대상이다.
  비록 그것을 실제로 시청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만약 없어진다면 아주 서운할, 그런 대상이다. 
  
  어릴 적 추억에 대한 맹목적 끌림 때문만은 아니다. 
  DVD나 파일처럼 중간에 끊고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는 상황과
  지금 시선을 돌리면 지나가버리는 상황이 주는 몰입은 차이가 있다.
  몰입한 만큼 재미가 커지는 것이 영화 보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TV를 보는 그 순간,
  지금이 황금같은 주말임을 인식하면서 갖게되는 몸과 마음의 편안함,
  바로 그 편안함이 <주말의 명화>가 제공하는 중요한 혜택이다.
  같은 시간대 다른 방송에서는 <명화극장>이 있었다. 
  프로그램 타이틀은 다르지만 주말에 방송되는 영화라는 점에서, 
  나에게는 '주말의 명화'와 같은 의미다.
  그리고 <주말의 명화>의 시그널 뮤직으로 사용된 <Exodus>,
  음악이 시작할 때의 그 강렬했던 기억으로
  방송사는 다르지만 이쪽 저쪽 퉁쳐서 <주말의 명화>일 뿐이다.  

  <산타비토리아의 비밀>  
  <우리생애 최고의 해>
  <나바론요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공포의 보수>
  <저것이 파리의 등불이다>
  <대탈주>
  <새벽의7인>
  <자이언트>
  <로마의 휴일>
  <북북서로 기수를 돌려라>
  <싸이코>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셰인>
  <제3의사나이>
  <돌아오지 않는 강>
  <알라모>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하이눈>
  <리오의 사나이>
  <내일을 향해 쏴라>
  <졸업>
  <새벽의 7인>
  <불리트>
  <빠삐용>
  <쉘부르의 우산>
  <태양은 가득히>
  <암흑가의 두사람>
  <쿼바디스>
  <클레오파트라>
  <7인의 신부>
  <카사블랑카>
  <분노의 포도>
  <에덴의 동쪽>
  <34번가의 기적>
  <파비안느>
   ...

  비교적 유명한 영화들이라 극장에서 봤어야 할 법한데
  나는 이 영화들을 TV로 보았다.
  그것이 꼭 <주말의명화>만은 아니었겠지만 
  TV로 본 것만은 확실하다.  
  이들 중 상당 수는 너무 어릴 때 개봉되었으니
  극장에서 볼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차피 DVD로 출시되어 있는 것들이고,
  요즘 흥행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어 재개봉될 가능성은 전혀 없으니
  <주말의 명화>에서라도 한번쯤 편성되어
  주말 밤 한가함을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더군다나 요즘은 금요일 밤에 방송되니 더 여유있는 주말 기분일게다.
  하지만 시청률에 민감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이런 바램을 충족시켜 줄
  감각 떨어지는 방송 편성 담당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쓸모없는 터널은 살아났는데,
  <주말의 명화>의 효용성은 점점 떨어져만 간다.

by 오늘하루 | 2010/09/12 10:11 | 트랙백 | 덧글(3)

주말 오후가 나른하다면...


   북악스카이웨이가 없다면
   서울에서의 운전은 그저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수고일 뿐입니다.
   70년대 가요에 등장할 것 같은 촌스러운 이름을 가진 길이지만  
   일단 정체가 없으니 짜증나지 않습니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계속 핸들을 돌릴 수 밖에 없는 도로는
   적당히 느린 운전을 강요하는 대신 
   옆을 스치는 풍경에 눈길을 줄 여유를 줍니다.
   창문을 내리면 빼곡한 나무들 사이로 부는 바람이 들어옵니다.   
     
   지난 5월 어느날, 중간에 차를 세우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풍성하게 피어있는 꽃,
   그 뒤로 남의 일처럼 보이는 서울이 
   일요일 오후의 나른함과 잘 어울립니다.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가 들리지만
   결코 싫지 않은 나른함입니다.
   이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그 곳에는 또 다른 주말 오후가 있을겁니다. 
   북악스카이웨이를 운전한다는 것,
   수고가 아니라 휴식입니다.
  

by 오늘하루 | 2010/08/12 19:16 | 짧은 얘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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